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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판사로 살아가면서 거의 매일 듣는 소리가 억울하다는 말이라고 이야기하는 저자는 법률적인 지식 대신 사회과학적인 방법으로 억울함에 대해 자신이 고민한 이야기들을 먼저 풀어내고 있다. 우선 많은 사람들이 늘 억울해하고, 자신의 불만스러운 상황이 스스로의 책임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은 단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를 놓고 볼 때 큰 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명백히 부당하거나 불법적인 대우를 받을 때 억울함이 생기는 것은 물론이고 뭔가 좋지 않은 상황이 외부적인 요인으로 생겼을 때도 억울하다는 감정이 생긴다고 언급한다. 특히 심리학자가 보는 억울함은 법률가가가 객관적으로 보고자 하는 억울함과 상당한 시각 차이가 있다면서, 법률가는 과연 억울해할 만한 상황인지를 주로 따지는 반면, 심리학자는 억울한 감정을 느끼게 된 현상 자체나 원인을 살핀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남으로부터 부당하거나 공정하지 못한 대우를 받은 것과 단지 객관적인 사정이나 자신의 능력 때문에 그런 처지가 되는 것을 가리지 않고 억울하다고 말을 하는 것이 문제라 지적한다.단지 일이 잘 안 풀려 처지가 딱한 것인데도 남을 탓하고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피해의식으로 볼 수 있는데, 법정에 오는 사람 중에 피해의식이나 피해망상이 의심되는 사람들이 있다고 언급한다. 결국 법률가의 능력은 당사자가 억울하다고 주장하는 사실 관계 중에서 법률로써 보호받을 수 있는 영역을 요령 있게 간추려 법적으로 의미 있게 재구성하는 것이라 말한다. 즉, 법률가가 관심을 갖는 억울함의 영역은 주로 법으로 보호되는 한계 내에서 수긍할 수 없는 불이익을 받았는가 하는 부분이란 것이다. 이것을 넘어서는 이른바 돈 없고 힘없어서 어쩔 수 없었다는 영역은 그 서러움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구제해줄 만큼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정치가들이 법과 제도를 마련해 해결해야 하고, 그마저도 여의치 못하면 단지 개인이 감수해야 할 영역이라 설명한다. 물론 재판에서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고 해서 잘못된 주장과 판단이 쉽게 합리화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이는 사회과학에서 절대적인 진리를 찾기는 어렵지만 그 사회를 구성하는 일반인들이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진리는 분명히 있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란 것이다.이 책의 중반 이후 부분은 저자가 판사로서 경험들을 바탕으로 여러 법률적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잘 몰랐던 법률적 지식들을 알 수 있었다. 이를테면 약식명령에 대하여 정식재판을 청구하면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 때문에 약식명령을 한 형보다 더 중한 형을 선고받지 못한다는 것, 강도상해죄에 대한 형의 하한이 징역 7년, 살인죄의 하한이 징역 5년이라는 것, 설령 자의로 자백을 했더라도 그 자백이 그에게 불리한 유일한 증거일 경우 그 자백을 근거로 하여 유죄판결을 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 형사소송에서는 매우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민사판결에서 인정한 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 등이다. 또한 증거재판주의 원칙을 고수하다 보면 심지어 법관이 앞뒤 사건에서 양립하지 않는 결론을 내려야 하는 경우도 발생하며, 재판에서 심신장애를 주장하는 가장 흔한 경우가 술에 취해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인데, 워낙 자주 나오는 항변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판사들은 판결문 작성 한글파일에 심신미약이나 심신장애를 배척하는 관용문구를 저장해서 사용한다는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었다.이 책에서 저자는 법률가의 기술 중 첫째가 법률 지식이나 판단 능력이 아니라 남의 말을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끝까지 듣는 능력이라 주장한다. 그리고 통상 법정에서 소리를 높일 때보다 조용히 판결로써 말할 때 결론은 훨씬 가혹하게 나온다고 말한다. 소리를 높이는 경우는 논쟁을 유도해 반박과 변명의 여지를 주는 것이고, 조용히 듣기만 하는 경우는 더 이상 반박과 변명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재판에 임하는 당사자의 태도가 중요하다면서, 진실한 태도, 성실한 자세, 그리고 절박하고 억울한 심정이 판단하는 사람의 마음에 와 닿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 책의 후반부에는 요새 화두가 되고 있는 인공지능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법률가의 업무 중 상당부분을 인공지능이 대체하는 것은 충분히 실현 가능한 일이지만 컴퓨터로 대체 불가능한 가치 판단의 영역은 분명 존재한다는 것이다. 심정적인 호소와 억울함에 공감하는 능력, 시대정신을 구현하고 미래를 향해 결단할 수 있는 용기는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것이란 말이다. 전반적으로 억울함에 대해 판사로서 할 수 있는 적절한 생각과 말이 들어있는 책이었다.
우리는 왜 억울한가 의 저자 유영근은 현직 판사로 수많은 법률 사건을 경험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을 보며 ‘억울함’이라는 주제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재판정에 오는 사람은 누구를 막론하고 억울하다 고 말한다. 재판에 이기는 사람도, 지는 사람도 모두 억울하다고 한다. 또 판사는 흉악한 살인범이나 소위 말하는 패륜범, 파렴치범들의 억울한 사정조차 흘려듣지 않고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끊임없이 ‘왜 억울한가’를 질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의문을 갖고 고찰하던 중 서양의 학문에 연원을 둔 심리학이나 정신의학에서는 억울함을 감정으로 다루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또 한국인에게 심정이라는 것이 유난히 발달했다는 견해를 접하게 되었다. 저자는 이 점에 착안해 법률가의 시선으로 한국 사회에서의 억울함을 살펴보고자 했다. 자신이 직접 다루거나 경험한 사례들을 들어 억울함의 개인적 감정과 인식으로서의 측면, 그리고 사회적 판단으로서의 측면을 고루 살피고, 그 사이의 간극을 파헤쳐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억울함과 사회적으로 구제받을 수 있는 억울함이 어떤 것인지 모색한다.
머리말
1장 억울함을 보는 시선
억울한 사람들이 많은 나라, 대한민국
보편적이지만 특별한 정서, 억울함
억울하다는 말, 객관적인 상황과 주관적인 감정
심리학과 정신의학에서 말하는 억울함
억울함에서 비롯되는 개인적·사회적 병리현상
2장 과연 억울한가?
억울함과 서러움
사회과학의 매력, 대립하는 견해의 공존
넘을 수 없는 벽, 입장의 차이
누가 더 억울한가?
비례의 원칙, 징역 7년이 정당한가?
사형을 선고해야 하는가?
법과 현실 사이, 당신이 연예인이야?
3장 사실과 다른 판결이 나는 이유
실체적 진실과 헌법적 가치
재판과 축구와 순수이성
실천이성비판, 오판과 재판의 독립
구시대의 유물, 자백은 증거의 왕
민사재판과 형사재판의 결론이 다른 경우, 훈민정음 해례본의 행방은?
4장 거짓과 오해
거짓말하는 심리, 두 얼굴의 피고인
명백한 증거, CCTV와 살인 장면
오해로 인한 억울함, 구간단속과 속도위반
부정선거, 누가 속았나?
위법의 대가, 짝퉁과 장인정신
5장 안타까움과 그 이면
차라리 감옥으로, 구속시켜 달라는 피의자
살아 있는 자의 고통, 자살은 끝이 아니다
술 권하는 사회, 술의 사회학
피고인은 유죄 인정, 판사는 무죄 선고, 연대보증의 함정
과거를 묻지 마세요, 소년범과 가정폭력
6장 억울함의 구제와 극복
억울함을 구제받기 위한 요건
설득력 있는 주장과 법률가의 실력
상식에 시대정신을 불어넣은 판결
국민주권과 성숙한 시민의식
에필로그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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