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다 읽었다. 사자마자 100페이지 정도 읽고 지난 며칠 동안 조금씩 읽다 오늘 다 읽었다. 왜 이렇게 늦게 읽었을까? 다른 책들 읽느라 그런면도 있지만 그냥 재미가 없어서도 크다.<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과 비슷하다는 평이 많은데 무슨 말인지는 알겠다. 하지만 느낌은 전혀 다르다. 나는<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을 하루키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 중에 하나로 꼽을 만큼 좋아한다. 아오야마를 배경으로 재즈바 주인이 우연히 본 어린 시절 첫사랑을 쫓는 이야기다. 굉장히 부내나고 이쪽세계, 저쪽세계, 유토피아 등이 나오면서 리얼리즘 문학이지만 환상문학적인 면도 있다. 작품의 독특한 분위기가 좋다. <노르웨이의 숲>보다는 가볍기도 하고.<다자키 쓰쿠루와 그의 순례의 해>도 가볍다.<노르웨이의 숲>보다 가볍고<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보다 가볍다.우선 이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비극적이지 않다. 지금까지 하루키가 해 왔던 상실, 허무, 결핍, 결락, 자아 성찰, 과거의 잘못, 화해, 용서, 기억 등의 키워드가 모두 들어 있다.초반에 사라와 이야기하면서 16년전 일방적으로 자신과의 관계를 끊어 버린 친구들을 찾기로 했을 때, 사라는 다자키에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과거를 정리해야 한다고 충고한다.그리고 친구들, 아카, 아오, 쿠로를 만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들을 용서하기 보다는 오히려 그들도 상처 받은걸 깨닫는다. 상처는 상처로 이어진다는 걸 깨닫는다.다자키는 항상 본인 평범하다고 생각하지만, 남이 생각하는 다자키는 핸섬하고, 착하며, 부자집 도련님이며 누구나가 좋아하고 항상 사람들의 중심에 서는 인물이다. 다자키는 겸손으로 그렇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본인이 그렇다고 생각한다.다자키는 자기에 대한 자신감이 없는 인물이다. 지금까지 하루키 작품 속에 나온 대부분의 독신 남성처럼. 하지만 주위 사람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다자키는 찌질한 인물이 아니지만 본인은 그렇게 믿고 타인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리고 결국엔 타인의 말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타인의 마음까지도 이해한다.본인에게 피해를 준 시로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녀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알기 때문에.과거 정리를 끝낸 다자키는 이제 사라의 대답을 기다린다.-작품을 읽고 난 후의 소감은 예전 소설들 같은데 예전만 못하다.이전에 했던 이야기들의 반복이다.
1Q84 이후 3년 만에 내놓는 장편소설. 전작이 롤러코스터와 같은 긴박하고 긴장감을 주는 이야기였다면 이번에는 그것과는 사뭇 다른 것을 써보고 싶었을 뿐이라는 작가. 발매 1주일만에 발행부수 100만부 돌파, 계속되는 재판(再版)과 재판(再版). 노벨상 후보에 까지 이름을 올린 무라카미 하루키의 파워는 어떤 내용도 공개되지 않은 채, 하루키라는 이름만으로도 예약판매에 있어서는 전작 1Q84 의 기록을 뛰어넘는 판매고를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