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카테고리 없음

혜성의 냄새

lhba 2024. 2. 27. 00:25


문혜진의 시집에서는 냄새가 난다. 비리고 아릿한 통증의냄새. 시인은 질끈 눈 감지 않고 또박또박 정직하게 그러한것들을 적고 있다. 시집을 다 읽고나면 그것이 내게서도 뚝뚝 흐르고 있었던 것들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오늘 밤 나는 뜬 눈으로 그녀의 시를 읽는다. 주홍빛 손가락 / 문혜진 나는 알고 있지, 주홍빛 손가락, 그의 뇌수에서 계속 달아나는 손가락, 아직도 그의 심장에서 자라나는 손가락, 그날 밤, 송곳처럼 날카로운 그 손톱이 주머니를 뚫고 나가 한 일을 나는 알고 있지 밤은 점점 부풀어 열쇠 구멍 밖의 비밀한 모든 것을 덮는다 심장의 우레, 핏빛 얼룩, 번적이는 금반지, 깍지 낀 채 잠든, 검푸르게 변해 가는 손가락의 신부, 그는 배낭에서 삽을 꺼내 대지의 빈 화분에 손가락을 심는다 그의 입술을 쓸어 주던 손가락, 이마를 짚어 주던 손가락, 나란히 포개어지던 손가락, 주홍빛 손가락, 암매장의 신부여! 그는 마지막으로 흙을 밤의 눈동자에 끼얹고 맨발로 꼭꼭 밟는다 물을 주고 돌아서 담배에 불을 붙인다 밤은, 그리고 잃어버린 손목의 주인에 대해 굳게 입을 닫는다 손가락, 주홍빛 손가락 해변 없는 바다 / 문혜진 지금 나는 바다에서 왔어요 젖은 머리에서 물이 뚝뚝 떨어져요 등고선, 해저 평원의 능선, 메두사불가사리 모양으로 잘라 주세요 베네치아 산타마리아 역에 내렸을 때, 머리카락이 자르고 싶어 중얼거렸지 테이블보를 날리는 바닷바람에 허기가 밀려와 봉골레를 시켜 놓고, - 중략 - 지금 나는 바다에서 왔어요 눈, 죽은 동물의 배설물이 눈으로 날리는 심해의 폭설을 맞고 오는 길이에요 입에서 산호초가 피어나요 젖은 머리에서 해파리가 뚝뚝 떨어지잖아요 어서 머리카락을 잘라 주세요 가장 깊은 바닷속 대륙 사면, 해저 산맥의 수직 절벽, 검은 연기 솟구치는 열수 분출공, 입도 항문도 없는 관벌레 이글거리는 붉은 아가미의 촉수를 따라......지금 나는 바다에서 왔어요 바다에서 왔어요
이 여름 낡은 책들과 연애하느니/ 불량한 남자와 바다로 놀러가겠어 첫 시집 질 나쁜 연애 로 여성의 몸과 성에 대한 관습적 인식을 전복, ‘한국 시의 락 스피릿’이라는 평가와 함께 반항과 불온의 아이콘으로 등극한 문혜진 시인이 신작 혜성의 냄새 를 출간했다. 김수영 문학상 수상작 검은 표범 여인 이후 10년 만이다. 길었던 공백만큼이나 음색과 리듬은 더 자유로워졌고 상상의 깊이는 무한해졌다. 우주와 인간을 긴밀하게 연결하는 혜성처럼 몸속으로 우주로 바다로 시원으로,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자유자재로 연장하며 시선이 닿는 모든 곳을 시적 공간으로 축조해 낸다. 돌을 던지는 저항은 여전하되, 지난 시집들이 불온한 것들을 노래하는 락앤롤이었다면 이번 시집은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비애를 연주하는 불멸의 교향곡을 연상시킨다. 금관악기, 바이올린, 토카타, 푸가 등 클래식적 오브제와 활, 행성, 돌, 모래, 물 등 자연적 메타포를 통해 생의 고단과 존재의 아이러니를 합주한다. 생사의 음(音)이 불협하는 통증의 교향곡이 시인 문혜진의 화려한 귀환을 알린다.

1부

전복
누군가 내 잠 속을 걷는다
금동아미타불
매의 눈이 고프게
소행성 이카루스가 날아오던 밤
폐어
레드 바이올린
아바나
나의 페름기
통증의 해부학
생의 춤
마더의 칼로
흰비오리
22¾
거미줄
침대에 걸터앉아 우두커니
살구
해변 없는 바다
큰고니가 지나간다
무릎-할머니께

2부
귀면(鬼面)
8분 후의 생
검은 여자
외치
KTX에서
혜성의 냄새
뼈피리
전쟁 포르노
흡혈 박쥐
물뱀
네르발이 지나간 자리
흰올빼미와의 거리
한밤의 포클레인
스피팅코브라식 독설
이빨이 서른두 개였을 때
거북목
물기 어린 말
백야 버스
네펜테스
뿔잔
망상 해수욕장
산세베리아
너구리 한 마리
칸나
철가면을 쓴 해마
0시의 북쪽

3부
아틀란티스 연인
검은 맘바
뇌간
지상의 젖가슴
달항아리
화석이 된 이름 트리옵스
바다의 통증
비단무늬그물뱀
타클라마칸
시간의 잔무늬 거울
카나리아 호날두
로드킬2
튀튀
코스모노트 호텔
주홍빛 손가락
그 여름 나의 박제 정원
경(經)을 태우듯 갱을 빠져 나와
맨드라미
인왕산에서

4부

모래의 시1―돈황
모래의 시2―모래톱
모래의 시3―서귀포
모래의 시4―사막의 독트린
천둥새 아르젠타비스
가면올빼미 우는 밤
그 밤의 와룡교(臥龍橋)
외뿔고래
머리카락 자리
몰이꾼과 저격수
찢어지는 남자, 찢어지는 여자
중력의 해골
하수구를 뚫는 밤
카페 부다
플랫폼

작품 해설 / 허희(문학평론가)
이대로인 채 이대로가 아니게

 

The Wish Giver : Three Tales of Coven Tree

번역본 의 원서라면서 아이들이 읽고 싶다고 해서 주문했습니다 낮은 단계부터 영어원서읽기 습관을 들이면서 많은 원서들을 꾸준히 읽고 있는데 읽다보니 좋아하는 장르도 생기고 좋아하는 작가도 찾게되는 모습이 보입니다 더 나아지기 위해 소원을 비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이야기하면서 소원을 빌 때는 신중해야 할 것을 부각시킵니다 1984년 뉴베리 수상작이네요 When a strange little man comes to the Coven Tree Chu

iouklhd.tistory.com

 

유홍준의 한국 미술사 강의 3

옛 사람들은 그림 감상을 "본다"고 하지 않고 "읽는다"라고 했다. 오주석 선생에 의하면 "본다"는 것은 겉에 드러난 조형미를 감상한다는 뜻이 강한 데 비하여, "읽는다"라는 말은 동양의 오랜 전통을 생각하며 그림 속뜻을 이끌어 낸다는 말이다. 이렇게 우리 미술에는 보이는 것과 숨겨져 있는 것을 읽는 전통이 있다.서양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보인다. E.H 곰브리치가 자신의 [서양미술사

iuhkfnbe.tistory.com

댓글